카테고리 없음

[스크랩] 서정작가협회 제주 세미나

은빛사연 2011. 3. 7. 17:56

 

 

서정문학에서 지역 작가들과의 교류과 화합을 위해 제주지부에서 세미나를 가졌다.

현지 지부장을 역임중이신 최옥근 시인님과 여러 회원여러분들의 참여로 유익하고도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 제주에서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여독을 풀고자 한다.

 

 

 

지난 3월 4일, 김포공항에 집결한 작가와 시인들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제주로 떠난다는 설렘이 역력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의 가슴속에 어떠한 추억이 아로 새겨질까...

 

 

 

한 달 전쯤, 제주에 혼자 여행을 다녀왔었다. 상공에서 바라보았던 구름은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혼자일때 보다 더 포근하게 느껴졌던건 어쩌면 마음을 나눌수 있는 사람들과의 동행때문은 아니였을까? 마음가짐에 따라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와 느낌이 다를수 있다는걸 깨달았다.

끝없이 펼쳐진 구름카펫 위에 마음 한자락 눕혀놓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제주공항에 도착한 작가들의 기념컷 한 장.

바람을 타고 날아온 바다내음이 살갗에 스며들었다.

작가협회 윤덕규 부회장님의 섬세한 마음결 만큼이나 편안한 운전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제주 곳곳으로 안내해 주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우리는 제주지부에서 준비한 한우수육과 곰탕으로 따뜻하게 속을 채우고, 감사한 마음으로 가슴을 채운후, 애월읍 바닷가 절벽에 자리한 '고운바다소리 펜션' 에서 본격적인 세미나를 진행하였다.

이번 세미나를 위해 작가들의 여러 지인과 제주현지 회원들의 도움이 있었다. 펜션 마련 준비를 위해 애써주신 분, 싱싱한 횟꺼리를 제공해 주신 분, 전통빵을 간식으로 준비해 주신 분, 기꺼이 작가들의 일정에 본인의 시간을 모두 내어주시며 가이드를 해 주신 분 까지... 사람과 사람의 정이 얼마나 따뜻한지를 느끼게 해주는 고마운 분들이셨다.

 

각자 소개와 인사를 시작으로 결속력을 다진 우리는 앞으로 더욱 끈끈하게 문우의 정을 나눌 수 있는 마음의 기반을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튼실하게 쌓고 있었다.

세미나 프로그램중에 작가들에게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것은 아마도 '김서연 낭송가'와 함께한 시간이 아닐까 한다.

하나의 작품을 낭송하기 위해 모두가 깜짝 놀랄정도로 시를 깊이 사랑하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것은 참석한 작가 모두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학창시절에 배운 박두진의 '청산도' 의 시를 낭독하고 배우며 어릴때 느껴보지 못했던 뭉클함이 드는건 김서연 낭송가가 말하던 '시에 대한 이해' 가 그 때 보다 깊어진 까닭일런지 모른다.

 

 

 

청산도  / 詩 박두진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 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엇골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아른 오리 않는 보고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어릴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틔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 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넘어, 골 넘어,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 아우성쳐 흘려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새벽까지 파도소리 들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까르르 목청 높여 웃음소리가 넘쳤다. 그렇게 제주에서의 첫 밤이 여명과 함께 잠들었다. 서로의 이부자리를 챙겨주고, 베개를 베어주고 이불을 끌어다 덮어주고, 옆자리 사람에게 다리도 척 걸치면서 마음 부비고 잠이 들었다.

 

아침 8시.

펜션에서 제공해 준 김치찌개와 고갈비에 밥 한공기씩 뚝딱 비우고 서둘러 관광길에 올랐다.

해안일주도로를 지나며 들른, 협재 해수욕장의 그 고운 바다빛깔은 실로 보석보다 빛났다.

조개가루가 모래에 섞여져 그 신비한 빛깔을 낸다고 하니,

사람도 누구를 만나 함께 하느냐에 따라 뿜어지는 빛깔도 분명 다를거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좋은사람과 어우러져 살며 발하는 색깔이야말로 세상 가장 영롱한 빛깔이 아닐까.

 

능선을 따라 가쁜 숨을 내쉬며 올랐던 '정물오름'의 정상에서 양팔을 벌려 바람을 맞으며 앞에서 손을 잡아 이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던 손길이 데려다 준 경치를 감상했다. 이 나즈막한 오름에서도 이런 환희가 느껴지는데, 각자가 정해놓은 삶의 정상에 도착할 때는 얼마나 벅찰까 싶은것이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떨림이 제주의 푸른 물결처럼 넘실댔다.

 

성산일출봉 품에서 피어 난 유채꽃 속에 꽃보다 아름다운 웃음과 마음을 심어놓고,

제주지부 모임에서 우리는 값진 보석을 목에 걸고 돌아왔다.

저 마다 각기 다른 빛으로 빛나겠지만, 나는 알 수 있다.

각자 가져 온 빛깔 속에 '우리' 라는 이름이 만들어 준 참빛이 서려 있다는 것을...

 

 

 

출처 :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마음의 사치
글쓴이 : 湖潾_김은진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