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사연 2011. 5. 7. 13:28

                 그림자

                                  문촌 윤덕규

 

애써 챙기지 않아도

늘 나를 수행하는 수행비서

한 마디 불평도 하지 않고

평생을 동행해 주는 멋진 놈

마음은 왜 또 그리 넓은지

나의 옹졸하고 치졸한 마음은 다 덮어주고

언제나 나를 의연하게 만들어 주는구나

 

그래,

사실 내 속에 오물들을 다 끄집어내면

결국 네가 올바른 모습이겠구나

치장하고 미화시킨 속 좁은 가면들을

너는 다 들여다보고 있는 지 모를 일이다

 

너는 평생을 두 주인 섬길 줄 모르는

아주 미련하고 우직스런 놈이다

 

내가 가는 길이 옳든 옳지 안 튼

묵묵히 믿고 따라와 주니 너 같은 동반자가

어디 또 있을까

 

그래,

가만 생각하니 다른 사람 다 속여도

너를 속이지는 못하겠구나

 

부끄럽구나

지척의 너를 두고 부끄러운줄 모르고 살았으니

내 부끄러운 치부를 다 보고 있으면서

단 한 번도 나를 뭐라 나무라지 않는

네가 나보다 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