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길목에서 황금빛 출렁이는 들녘은 떠나는 여름을 부여잡고 따가운 햇살아래 가을 바람 춤을 춘다. 들녘에 곱게 접힌 여름 가는 여름 아쉬움 뒤로하고 풍성한 가을 기다림에 찾아 나선 경주시 강동면 양동마을은 형산강 줄기를 따라 동북 포항쪽으로 40리 정도 들어간 곳에 자리잡고 있다 마을 어귀부터 해맑은 코스모스 의 가을 로망 연주하는 하늘거림에 가벼운 발걸음 내려놓고 10여분 남짖 숲길따라 오르니 저만치 주차장이 보인다 깔끔하게 단장된 주차장 부터가 우리 전통 기와 한옥이 고래등 같은 웅장함 과 장인의 섬세한 숨결이 정겨움을 더하며 운치가 철철 넘친다 바람이 머물고 간자리에 하얗게 피어났던 메밀꽃이 퇴색해 가는 작은 텃밭아래 많은 세월의 두께 만큼이나 두꺼운 초가지붕이 눈에 들어온다 할머니 한분이 고향의 언덕을 수많은 시간을 지키며 살고 있는곳이다 파란 하늘은 바다가 되고 뭉실 피어 오른 구름은 황금빛 파도가 만들어낸 포말이 되어 오늘이 익어가고 할머니댁 작은 마당 한가운데 판자 위에 빠알간 고추 한웅큼 널어 태양초를 만들고 있나보다. 할머님댁은 대문이 없다 감나무 한그루와 가지가 몇개인 구기자 나무와 국화 몇송이가 작은 병정이 되어 할머님을 지키는듯 곱게 피어있다. 파란 하늘에 매달려 노오랗게 익어가는 탱자 그리고 길게 늘어선 텃밭과 길을 경계선처럼 올망졸망 서있는 키작은 울타리 위엔 가을빛에 시들은 호박잎 사이로 애호박 열려있다. 할머님댁의 작은 마당 한켠에 소담스럽게 쌓아만든 장독대가 향수를 듬뿍 느끼도록 해준다. 어린시절 우리집 장독대 같은 모습에 잠시 옛 추억에 잠겨 시간은 추억 여행을 한다. 소나기가 내리던날 이면 마을 어귀에서 놀다 뛰어와 장독대을 덮으려다 옹기 뚜껑을 떨어뜨려 깨졌을때 어머님께 야단을 맞던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장독대 가장자리에 빨갛게 물든 사루비아 양은 세숫대속 자주빛 팥 몇알이 고개 내밀어 가을 오후빛에 수줍은듯 고개을 떨구고 말이 없다. 할머님은 한동안 오수를 즐기신 뒤에 작은 쪽문 열어 기지개을 펴시고 등 굽은 허리을 이끌고 자박자박 걸음으로 장독대로 향하여 항아리를 건사 하신다. 할머님을 잠시 뒤로 하고 호박 넝쿨이 고개숙인 오래된듯한 옛길을 가을을 향기에 도취되어 걷다가 보니 이름 없는 기차역의 플랫폼의 기둥같은 가로등이 환한 낮달을 비추고 있다. 아마도 이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토담길을 따라 걸으며 추억을담고 누군가의 사랑과 추억이 고요히 잠들어 쉬고 있을것 같았다 조선 중기 중종때의 문신 회재 이언적의 집이 먼발치 시야에 들어온다. 기(氣)보다 이(理) 를 중시하는 주리적 성리설은 이황에게 계승되어 영남학파의 중요한 성리설이 되었으며, 조선 성리학의 한 특징을 이루었다고 한다. 김안로 사후 그는 재등용되어 중종의 신임을 받으며 정치일선에 복귀하는데 이때부터 중종 말년까지 약 20년간 그는 생애 중 가장 활발한 정치활동을 펴 나갔다. 그가 올린 〈일강십목소〉는 그의 정치사상을 대표하는 것으로서 김안로 등 훈신들의 잘못에 휘말린 중종에 대한 비판의 뜻을 담고 있는 글이다. 왕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一綱] 왕의 마음가짐이라고 주장하고 그것을 바로하기 위한 수단으로 열 가지 조목[十目]을 열거하였다. 유배기간 동안 회재 이언적 그는 많은 저술을 남겼다. 구인록 은 유학의 근본개념인 인(仁) 에 대한 집중적인 관심을 나타낸 것이며 봉선잡의(奉先雜儀)는 제례(祭禮)에 관한 책으로서 주자가례를 중심으로 여러 학자들의 예설(禮說)을 모아 당시 실정에 맞도록 편집한 것이다. 얼마나 걸었을까? 한참을 걷다가 잠시 솔향이 아직 조금 남은 여름을 즐기고 있다 여름이 무색하지 않게 고운 풍경이 그림같이 낮은 산능성이를 타고 오르고 있다 황토길 솔밭을 따라 가는길 초가의 마당 언저리 오롯이 금송화 가득한 뜰 앞에서 꽃들에게 말을 걸어본다. 키작은 소나무의 향기와 하늘이 바다가된 풍경과 찌르래기의 노랫가락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바람에 날리운 구름의 감촉이 느껴진다. 이제 여름이 가는가보다 아니 저만치 갔다 산등성이를 서성인다 나그네 처럼~ 하늘은 바다가 되고 구름은 파도가된다 가는 여름 보내고 오는 가을 맞이하며 춤추는 갈대숲을 지난다. 경주 손씨와 여강 이씨의 양대문벌로 이어 내려온 토성마을 산언덕엔 사진가들이 순례자 처럼 아름다운 자연 환경 속에 수백년 된 기와집과 나지막한 돌담길 을 셔터음과 함께 담아내고 있었다. 토담 너머 탐스럽게 익어가는 감나무 가지위에 고추 잠자리 한마리가 파아란 하늘을 맴돌다 넘실 춤추는 바람에 못이겨 몇번을 굽실 대다가 사뿐이 내려 앉자 있을때 얼른 사진을 한컷 담고 다시 할머님 댁으로 발길을 옮겼다. 할머님댁의 늦은 오후는 조용하고 한가로운 분위기가 평온하다. 백발의 노할머니께서는 작은 쪽문에 의지한채 낮은 목소리로 날보고 어디서 왔는냐며 말을 건네신다. 할머니와 이런저런 담소을 나누고 할머니의 역경 만큼이나 두껍게 쌓인 지붕 처마밑에 시골집 울안에 심어던 꽈리 가 색바랜채 실로꿰어 매달아 놓으셨다. 꽈리는 전체를 말린 것을 한방에서 산장(酸漿)이라 하며 해열약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빨갛게 익은 다음 씨를 빼내어 입에 넣고 공기를 채웠다가 아랫입술과 윗니로 지긋이 누르면 소리가 나 어린이들의 좋은 놀이감되기도 하겠기에 어린 손주 녀석들의 놀이개로 사용하시려고 매달아 두신게 아닐까 하는 할머님의 깊은 생각을 짐작 해보며 뒤뜰로 가보았다. 뒤뜰엔 큼지만 가마솥이 걸려 있고 가지런히 세워둔 나목들이 서로가 서로를 기댄채 의지하며 줄지어 서있다. 할머님은 저큰 가마솥에 무얼 담아 불을 지폈을까? 한참을 앉아 생각에 잠겨 보았지만 도무지 알수 없었다. 또한 봄부터 뜨거웠던 여름내내 농작물을 가꾸는데 필요했을것 같은 대나무로 만든 할머니 보다 훨씬 키가큰 발이 돌돌 묶인채 처마끝에 가지런히 걸려 있음은 거칠대로 거칠어진 노구의 몸을 끌고 정리된 꼼꼼함을 였보았다. 집을 모두 둘러보고 나올쯤 서산으로 뉘엿뉘엿 해는 기울고 할머님의 부엌에선 진한 커피향보다 더욱 구수한 땔감의 토닥이는 소리가 온몸으로 퍼져온다 낮동안 따끔 거리던 태양은 향수에 밀려들고 겹겹이 대지를 품은산 내일 해가 뜨고 또다른 세상이 태어나겠지 저녁놀 사이로 오늘이 간다 아름다운 흔적 남겨둔채 금빛 안개 뒤로 하고... 나만의 시간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오는 가을 맞이하며... 홀로 이밤을 지새우실 외로운 할머님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며 모든이가 숨을 쉬고 살아가는 공간 싫든 좋든 나를 담고 있는 하나의 커다란 숲에 삶은 로망이 있기에 꿈을 꾼다. ♬Dust in the wind./ Sarah Brightman 이천구년 구월 하늘은 바다가 되고 구름은 파도 되어 나무가 섬이 되었던 향수가 가득한날에~~~ 산해 갤러리 http://www.yusunpho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