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가‘문화복지’의 중요성에 관해 강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천지일보=김명화 기자]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불평등의 근본 원인은 문화자본이라는 주장이 관련 학계와 전문가들을 통해 제기됐다.
지난달 2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국을 위한 사회정책보고서’에서는 한국 사회 불평등의 원인을 소득 불균형과 비효율적인 복지 정책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OECD 회원국과 비교해 봤을 때 문화복지 측면에서 정책적 허술함이 발견됐다. 또한 문화영역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부족해 문화 불평등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팝(K-POP)이 유럽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정작 한류를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줄 수 있는 실질적인 문화복지 정책이 국내에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을 비롯한 문화계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지난달 28일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문화재정 확충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문화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피에르 부로디외(Pierre Bourdieu)의 이론을 근거로 들어 “현대 사회는 경제 자본이 문화자본으로 이동하고 있는 시대”며 “일반적으로 현대 사회 불평등의 원인이 경제자본에 의해 발생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오해다. 문화자본에 의해 불평등이 발생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어 “오늘날은 문화영역이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사회적 불평등 문제는 경제자본 즉, 노동이나 물적 재화보다 오히려 가정에서 혹은 교육부문에서 알게 모르게 진행된 차별적 문화자본에 의해 사회적 불평등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부로디외는 토지․공장․노동력 등의 여러 생산요소와 재화를 경제자본(capital economique)으로 정의하고, 가족에 의해 전수되거나 교육체계에 의해 생산되는 다양한 문화적 대상들을 문화자본(capital culturel)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자본은 지식, 취미에서부터 미술품, 학위에 이르기까지 문화와 관련된 모든 것을 통칭한다.
문화자본을 통해 혼란한 정치와 불평등한 사회를 개혁하고자 했던 사례는 조선시대 세종대왕을 통해서도 찾을 수 있다. 세종은 혼란했던 고려 말 정치․사회를 혁신하고 국가의 정통성을 회복하기 위해 문화를 핵심 사상으로 한 예악론(禮樂論)을 주장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문화영역에 재정․정책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사회 불평등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