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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비 오는날 두물머리의 몽환적 풍경속을 거닐다.

은빛사연 2011. 1. 1. 04:36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그저께 송파구 방이동에 살다가 강동구 강일동에 새로 지은 아파트로

입주하는 막내처제집에 혹시 거들어 줄 일이 있는가 싶어

아내와 같이 가서 하룻밤을 자게 되었습니다.

요즘 포장이사는 너무나 완벽해서

오히려 쓸데없이 왔다갔다하는 우리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정도.

그냥 이사 구경만 하다가 저녁에 맛있는 삼겹살 파티에 참석만 하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아침7시에 일어나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기왕에 강의 서쪽(강서구)에서 동쪽(강동구)으로 온 김에

운길산 수종사에서 차나 한 잔 마시고 가자는 아내의 제의에 따라 길을 나섰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운길산에 도착하니 쏟아지는 빗줄기에

수종사로 올라가는 길이 너무도 험난하여 발길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곤 대안으로 찾은 곳이 두물머리.

희한하게도 그리 멀지않은 곳인데 이곳은 빗줄기가 그다지 세지 않군요.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오히려 산책하기에 더 없이 좋아보였습니다.

 

아내도 수종사에 못 간 것을 못내 서운해하다가

두물머리의 몽환적인 풍경을 보곤 금새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습니다.

(2008년 여름 비오던 날 두물머리에 정박해 있던 황포돛배)

 

작년 여름에 왔을 땐 금방이라도 노를 저으면 나아갈 수 있는

큰 황포돛배가 정박해 있었는데 지금 있는 배는 모형배처럼 작습니다.

 

그리고보니 그때도 비가 올 때 큰딸 엄지와 같이 이곳을 찾았던 기억이 나는군요.

비만 오면 찾고 싶은 곳 중 한 곳이 맞나봅니다.

수종사 또한 비 올때 운치가 그만인데 아쉽게도 비가 너무 많이 쏟아지는 바람에

가파른 언덕길을 승용차로 가기에는 너무 무리다 싶어 포기한 것입니다.

(2008년 여름 비오던 날 두물머리 풍경)

(2008년 여름 비오던 날 운길산 수종사 풍경)

(2008년 여름 비오던 날 운길산 수종사 다실 삼정헌 풍경)

(2008년 여름 비오던 날 운길산 수종사에서 바라 본 두물머리 풍경: 가운데 아파트 오른쪽이 두물머리)

 

漢江(한강)

                                                                                                                    李奎報(이규보)

朝日初昇宿霧收(조일초승숙무수)     아침 해 떠오르자 밤안개 걷히고
促鞭行到漢江頭(촉편행도한강두)     말채찍 재촉하여 한강변에 이르렀네
天王不返憑誰間(천왕불반빙수간)     천왕은 가고 돌아오지 않으니 누구에게 물어보나
沙鳥閑飛水自流(사조한비수자류)     물새는 한가히 날고 강물은 유유히 흘러가네

 

 

이곳 매표소에 계신 할머니 말씀으로는 오늘 새벽에 비안개가 자욱했다고 하는군요.

역시 강변은 새벽에 나와야 제 맛을 볼 수 있답니다.

 

 

배를 띄우고

 

                                                                                                            李奎報(이규보)

江遠天低襯(강원천저친)     강이 얼어 하늘이 낮아 땅에 붙은 듯
舟行岸趂移(주행안진이)     배가 가니 언덕이 따라 옮아가네
薄雲橫似素(박운횡사소)   엷은 구름은 흰 비단처럼 비껴있고
疏雨散如絲(소우산여사)     성긴 비는 실처럼 흩뿌린다
灘險水流疾(탄험수류질)     여울이 험하니 물 흐름 빠르고
峰多山盡遲(봉다산진지)     봉우리 많으니 산이 늦도록 보이네

沈吟費翹首(침음비교수)     흥얼거리며 자주 고개 드니
正是望鄕時(정시망향시)     이때는 바로 고향을 바라보는 때이라네

 

 

얼마전에 저 강변길을 따라 강원도 홍천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강변길은 언제나 그립습니다.

가도 가도 또 가고 싶은 길.

길 떠나는 길에는 마냥 행복감만 깃들어 있습니다.

 

강 위의 새벽비

 

                                                                                                                         李奎報(이규보)

江岸人歸白鷺飛(강안인귀백로비)     강언덕에 사람은 돌아가고 갈매기 날고
漁翁日暮得魚歸(어옹일모득어귀)     해 저물어 어부들도 돌아가는구나
輕雲薄薄那成雨(경운박박나성우)     구름은 엷어서 비 내리기 어렵고
海氣于天偶作霖(해기우천우작림)     바다 기운 하늘로 솟아 비가 되어 뜰어진다

 

이제 곧 여름이 오면 이 연못에 아름다운 연꽃이 필 것입니다.

저 멀리 운길산이 비구름에 휩싸여 있군요.

연못의 물은 그다지 깨끗해 보이지 않으나 그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은 어찌 그리도 예쁘던지...

 

아쉬운대로 빗물 머금은 연잎만 싫컷 쳐다보고 갑니다.

 

 

이곳 두물머리의 산책로는 아름다운 길 중에서도 으뜸일 것입니다.

마냥 걸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그런 길입니다.

 

걷다가 지치면 벤치에 앉아 강도 바라보고 산도 바라보고...

그 옆에 꽃이 있으니 향기 또한 휘날리고...

5월 24일(일요일)에 이곳에서 황포돛배 5척을 띄워놓고 시 낭송회 등 행사가 열린다고 합니다.

시간되시는 분들은 참석해서 선상의 행복을 맛보세요.

 

어릴적 시골 논두렁길을 걷던 추억을 연상시키는군요.

그때도 반지꽃(토끼풀)은 지천으로 피어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전학 온 예쁜 여자친구에게 반지를 만들어 끼워주면서 어찌나 행복했던지...

 

강가를 걸으며

 

                                                                                                             李奎報(이규보)

路轉長川遠(로전장천원)     길을 돌아서니 긴 강이 뻗혀있고
雲低曠野平(운저광야평)     구름 아래로 환한 들판 평평하다
天寒征雁苦(천한정안고)     날씨 차가워 북쪽의 기러기 괴롭고
沙漲宿鷗驚(사창숙구경)     모랫벌에 물 차오르자 자던 갈매기 놀라네
鬼火林間碧(귀화임간벽)     숲에는 도깨비불 파랗고
漁燈雨外明(어등우외명)     비는 내리는데 고깃배의 불빛은 반짝반짝
歸舟夜未泊(귀주야미박)     가는 배는 밤에도 멈추지 않고
鴉軋櫓猶鳴(아알로유명)     삐거덕 삐거덕 노 젓는 소리, 여전히 들려오네

 

 

늦은 봄날 강가에서 사람을 보내며

 

                                                                                                                     李奎報(이규보)

暮春去送人歸(모춘거송인귀)     늦은 봄날 가시는 이 보내고 돌아오니
滿目傷心芳草(만목상심방초)     눈에 가득한 향기로운 풀을 보니 마음 아파라
扁舟他日歸來(편주타일귀래)     다른 어느 날 조각배 돌아오면
爲報長年三老(위보장년삼노)     뱃사공에게 알려 주리라
煙水渺瀰千里(연수묘미천리)     물안개 낀 강 아득하여 천 리인데
心如狂絮亂飛(심여광서란비)     마음은 버들강아지처럼 어지러이 날리네
何況落花時節(하황락화시절)     하물며 꽃 지는 이 시절에
送人能不依依(송인능불의의)     고운 이 보내고 서운하지 않을까
殘霞映日流紅(잔하영일유홍)     노을에 석양 비쳐 강물 붉게 흐르고
遠水兼天鬪碧(원수겸천투벽)     멀리 흐르는 강물은 하늘에 닿아 푸름을 다투네
江頭柳無限絲(강두유무한사)     강가 버들 휘늘어진 가지들
未解絆留歸客(미해반유귀객)     가는 이 얽매어 떠날 줄 모르네

 

강변에서 나고 자라 어린 시절을 강가에서 보낸 저는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 강과 계곡을 좋아합니다.

저의 집에도 노를 젓는 작은배가 한 척 있었답니다.

제가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때던가?

서울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사촌 누나가 놀러 왔었습니다.

당시에는 서울 사는 친척들이 여름휴가를 저의 집으로 오던 시절입니다.

제가 노를 젓고 누나는 배 뒷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시원한 강바람에 한들거리는 뱃전에서 누나가 그만 깜박깜박 졸고 있었답니다.

저는 장난으로 노를 힘차게 확 저었는데

누나가 그만 뒤로 발라당 넘어지며 강물에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다행히도 강가에서 그리 멀지 않아 어른들이 뛰어들어 구출을 했구요.

저는 사람잡을 뻔했다며 하루종일 혼나고...

배만보면 어린시절 그 추억이 떠올려집니다.

 

 

 

 

노니는 어부

                                                                                                                              이규보(李奎報)

圉圉紅鱗沒復浮(어어홍린몰복부)     물 속에 노리는 물고기 잠겼다 떠오르니
人言得意好優遊(인언득의호우유)     마음껏 즐겨 노는 것을 사람들 부러워한다
細思片隙無閑暇(세사편극무한가)     가만히 생각하면 편안할 틈이 없어
漁父方歸鷺更謀(어부방귀로갱모)     어부 돌아가면 해오라기 다시 노리는구나

 

빗방울 머금은 대나무가 마치 이슬을 머금은 것처럼 영롱해 보이는군요.

 

 

이렇게 아름다운 강변길과 나무다리를 건너 왔던 곳으로 되돌아 갑니다.

이제는 집으로 가야 할 시간.

 

 

한동안 잦아들던 빗방울이 다시 흩뿌리기 시작합니다.

서둘러 우산을 씁니다.

우산이 없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합니다.

그런 모습조차도 바라보기에 여간 아름답지 않습니다.

마치 그림같은 풍경이랄까요?

비오는 날 두물머리의 풍경이 몽환적이라는걸 이제서야 깨닫습니다.

 

 

 

 

빗속을 거니는 연인들은 마냥 행복해 보입니다.

빗님 덕분에 우산을 하나만 쓰고 서로 가까이 다가가니까요.

저와 제 아내는 각각 우산을 쓰고 따로 걷고 있으면서 부러운 눈초리만 보냅니다.

비 오는날 두물머리를 거닐어 보았습니다.

꿈결처럼 아른거리는 강물과 그 너머 안개비에 휩싸인 아늑한 산야.

한없이 휘휘 늘어진 수양버들.

제 가슴속에 또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 집으로 돌아갑니다.

 

강가에서 우연히 읊다

 

                                                                                                                      이규보(李奎報)

滾滾長江流向東(곤곤장강류향동)     쉼 없는 긴 강은 동으로 흘러흘러
古今來往亦何窮(고금래왕역하궁)     고금을 오고가니 어느새 다하리오
商船截破寒濤碧(상선절파한도벽)     상선은 차고 푸른 물결 가르며 지나
漁笛吹殘落照紅(어적취잔락조홍)     고기잡이 피리소리 울리는데 석양이 진다
鷺格斗高菰岸上(로격두고고안상)     줄풀 핀 언덕에 해오라기 높이 날아
雁謀都寄稻畦中(안모도기도휴중)     벼 익은 논두렁엔 기러기 모여 깃들려 한다
嚴陵舊迹無人繼(엄릉구적무인계)     엄자릉의 옛 자취 잇는 사람 하나 없어
終抱煙波作釣翁(종포연파작조옹)     끝내는 강호의 안개 속에서 어부가 되고 싶다

 

 

 

 

출처 : 풍경이 있는 감성여행
글쓴이 : 둥굴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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