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여 있는 말
짜글짜글한 입에
한 방울의 이슬도 머금지 않은
마른 대추
물기란 물기 햇빛과 바람에게 다 내주고
입 꼭 다문 침묵
물 부어 푹 달이면 제 속에 가두었다가
일제히 풀어놓는 두어 동이의 말
생것은 품을 수 없는 묵직한 향을 위해
제 안의 문이란 문 다 걸어 잠근
가벼워진 대추처럼 나를 단단히 봉해볼까
단, 너에게로 흐르는 길 하나 남겨둔 채
봄날 세상에 내놓을 한 종지 말을 위하여
- 최선옥, '고여 있는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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