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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直指) 찾기 15년..'있나, 없나'>

은빛사연 2011. 2. 20. 14:04

<직지(直指) 찾기 15년..'있나, 없나'>

연합뉴스 | 박재천 | 입력 2011.02.20 09:26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충청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현존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약칭 직지) '제2의 진본'은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인가?

올해로 15년째 펼쳐온 청주시와 세계직지문화협회 등 민간의 직지찾기 운동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20일 청주시에 따르면 전국의 사찰, 도서관, 박물관, 고서점, 문중 등 직지가 있을 법한 곳을 이 잡듯 뒤졌지만, 프랑스국립도서관에 보관된 하권을 제외한 또 다른 금속활자본 직지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직지찾기 운동은 1996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의 전신인 청주시민회가 발달한 고려시대의 인쇄문화를 고려했을 때 직지를 100-150부 가량 찍었을 보고 제2의 직지찾기 운동본부 설립을 결의하면서다.

부처님과 큰스님들의 참선 관련 어록을 간추린 불서로, 정식 명칭이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인' 직지가 고려 우왕 3년인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상.하권으로 인쇄된 사실과 관련, 직지 원본 입수를 통해 시민 자긍심을 높이려는 것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지금은 그 터에 고인쇄박물관이 들어선 흥덕사는 14세기에 소실됐고,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한 직지의 반환도 요원한 상황에서 청주가 인쇄문화의 도시라는 점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서는 또 다른 직지 원본이 필요했던 것이 사실이다.

청주시민회는 1997년 1월부터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발품을 팔면서 직지찾기에 전념했고, 이 과정에서 애초 1천만원이던 신고 및 기증 포상금이 1억원으로 늘었으며 이어 청주시와 충북도가 전국 지자체에 서한문을 발송하는 등 이 운동의 바통을 넘겨받았다.

시는 직지찾기운동 지원사업운용 조례안을 만들어 직지 소재에 대해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사람이나 직지 소장자에 포상금이나 보상금을 줄 길도 열었다.

직지찾기 열풍 속에 1378년 여주 취암사에서 찍은 목판본 직지를 입수하는 등 일부 성과가 있었지만, 금속활자본은 끝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지금도 고인쇄박물관과 민간단체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직지찾기의 끈을 놓지 않고 있지만, 고서 등 제보에 대한 검증 활동 위주일 뿐 열기는 예전만큼 못하다.

고인쇄박물관은 그 이유에 대해 "사찰 등에서 복장유물로 발견될 수 있다 보니 도난, 도굴 및 문화재 훼손 우려가 있고, 금전적 문제와 관련된 사기성 제보도 잇따르는 등 부작용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제2의 직지는 끝내 찾지 못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전문가들의 대답은 아쉽게도 "그렇다"에 가깝다.

고인쇄박물관 이승철 학예연구사는 "이미 확인할 곳은 거의 다 했다고 보면 된다"며 "학자들은 1377-1378년에 흥덕사가 소실된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것이 맞는다면 직지가 여러군데 배포되기 전에 불에 타 없어졌을 수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존재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지연구가인 이세열 직지디제라티연구소장은 "직지 찾기 운동은 알려질 만큼 알려진 상태다. 만약 세상에 나온다고 해도 입수 경위와 함께 진본 여부, 보관 장소 등에 대한 여러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물론 고서를 보유한 가정에서 우연히 직지를 발견해 신고하는 것이 청주시 고인쇄박물관이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