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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통할 것 같은 왜건, BMW 525d 투어링[37]

은빛사연 2012. 7. 20. 14:36

[시승기]통할 것 같은 왜건, BMW 525d 투어링[37]

 대한민국은 왜건 무덤이다. 왜건이 좀처럼 먹히지 않는 나라다. 실용성, 활용성보다는 멋과 품위, 위신 등에 치중한 까닭이다. 왜건을 짐차로 치부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런 관념을 정면으로 뚫고 BMW가 새로운 왜건을 내놨다. 베이스가 된 모델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520d다. 520d의 엉덩이를 유리창 달린 왜건형 짐칸으로 바꾸면서 초강력 엔진과 사륜구동 장치를 집어 넣었다. 시승한 모델은 ‘BMW 525d X드라이브 투어링 M스포츠패키지’로서, 강인한 인상의 파츠와 서스펜션 등으로 스포티한 느낌을 추가된 모델이다.

 

▲525D의 테일램프는 세단의 것과 별 다르지 않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요즈음 한창 팔리고 있는 520d, 528i와 동일하므로 과감하게 패스한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왜건을 만들면서도 BMW만의 다이내미즘을 꼼꼼하게 챙겼다는 거다. 보통 왜건을 만들면 짐 넣고 빼기 편하도록 뒷 도어가 넓게 열리도록 설계하면서 테일램프가 미니밴처럼 가장자리로 비켜서곤 한다. 하지만 5시리즈 투어링의 테일램프는 세단의 그것과 별 다르지 않다. L자형 면발광 LED를 넣은 것도 같다. 왜건을 만들면서도 뒷 유리창의 끝부분의 날렵하게 꺾은 호프마이스터 킥을 집어 넣었고, 엉덩이에 두 개를 라인을 넣어 쫑긋하게 만든 뱅글부트까지 여전하다.

 

▲넓은 짐 공간에는 다양한 기능들이 마련됐다


 날렵하게 디자인된 짐 공간 속에는 뿌듯한 실용성이 들어 있다. 유리창만 따로 열어서 간단하게 쇼핑백 등을 실을 수 있는데, 이 때 짐칸을 덮었던 가림막이 전동식으로 올라간다. 전동식으로 열리는 트렁크는 별도의 유압식 리프터가 없이 깔끔하게 디자인됐다. 트렁크 바닥을 들추면 또 다른 수납공간이 나오고, 트렁크 벽면에 레버를 잡아당기면 뒷좌석도 쉽게 접어 짐칸을 늘릴 수 있다. 그물로 된 가림막을 여기저기 끼울 수 있도록 활용한 아이디어는 꽤 놀랍다.

 

▲그물로 된 가림막을 여기저기 끼울 수 있다


 이 차에는 2리터 디젤엔진이 들어 있다. 그런데 이름은 525d다. 2리터 엔진이면 응당 520d가 되어야 하지만, 워낙 힘이 쎄서 525d로 명명됐다. 525d는 520d와 기본적으로 흡사한 엔진이지만 몇몇 부품을 손 봐서 120% 강력한 파워를 낸다. 520d는 184마력에 토크가 38.8이지만, 525d는 218마력에 토크가 45.9다. 적은 배기량에 출력만 올린 엔진은 초반 가속이 더디거나 고속에서 침착하지 못하다는 부작용이 있기 마련인데, 525d는 그런 것 없이 대부분의 영역에서 매끄러웠다.

 

▲멋진 디자인의 휠

 525d가 뽑아내는 마력과 토크는 양산차 2리터 디젤엔진 중에는 최고 출력이다. 참고로 2.2리터가 달린 현대 산타페는 200마력, 2.4리터 디젤엔진을 쓰는 볼보가 215마력이다. 적절한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그랜드스타렉스에 2.5리터 디젤엔진이 달려 있는데 이게 174마력에 토크가 41이다. 525d 투어링의 연비는 ℓ당 14.7km로 520d만큼 출중하진 않지만 준수한 수준이다. 높은 파워와 사륜구동 장치 등이 추가되면서 연비가 살짝 떨어진 것이다. 

 

▲넓은 뒷공간으로 실용성은 물론 X드라이브로 안정감까지 더 했다

 

 X드라이브라는 사륜구동 장치를 달면서 무게가 약간 추가됐지만 고양이처럼 민첩한 몸놀림은 죽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사륜구동 장치는 후륜구동에 비해 안정적이긴 하지만 다소 둔감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X드라이브는 그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듯하다. 직선에서는 네 바퀴 모두 맹렬하게 굴려 가속되고, 구불구불한 와인딩 로드에서는 후륜구동처럼 날카롭게 돌아나간다. 네바퀴에 힘을 보내는 게 아니라, 네바퀴를 모두 콘트롤하면서 질주한다는 표현이 옳겠다. X드라이브는 미끄러지는 바퀴의 힘을 빼고 든든하게 지지한 바퀴에 힘을 몰아주는 등의 판단을 순식간에 제어한다고 한다. 필요에 따라 앞 바퀴에 모든 힘을 줘서 전륜구동처럼 안정되게 끌기도 하고, 모든 힘을 뒷바퀴로 몰아 날카롭게 코너를 돌아 나가기도 한다.

 

▲스포티한 스타일의 525D 투어링은 전혀 짐차스럽지 않다

 BMW에서 한국에 처음 보낸 왜건은 전혀 짐차스럽지 않다. 오히려 더 역동적이다. 수입차 베스트셀러인 520d보다 강한 엔진과 뛰어난 구동장치를 달고 스포티한 스타일까지 갖춘 본격 투어링카라 할 수 있겠다. 이 차를 계속 짐차스러운 왜건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장르의 투어링카로 받아들인 건지가 관건일 터다. 가격은 525d X드라이브 투어링 M스포츠패키지가 8280만원, M스포츠 패키지와 몇몇 옵션이 빠진 525d X드라이브 투어링은 7670만원이다.

 

 

>> BMW 525d X드라이브 투어링 M 스포츠 패키지 맥가이버 시승 동영상

 

>> BMW 525d X드라이브 투어링 M 스포츠 패키지 가속 동영상

 

 

>> 50여 장의 사진과 설명으로 엮은 BMW 525d X드라이브 투어링 M스포츠패키지의 사진 시승기는 아래 주소를 클릭 하면 된다.

http://www.carmedia.co.kr/photo/autophoto.php?id=32

 

 

장진택 기자 jt@ca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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