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박, 친반연대 아닌 친허(경영)연대와 허경영 취재기
SNS를 뒤지다 우연히 '친허연대'란 글자를 보고 눈이 번쩍 뜨인 건 11일, 바로 어제였습니다.
자칭 '인터넷 대통령'으로 불리는 허경영씨의 지지자들이 움직인다는 게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이름을 딴 '친반연대'가 뜬 뒤였기에 그 작명에 실소가 나왔습니다. 친박연대, 친반연대에 이어 친허연대까지... 앞으로도 유사한 이름의 어떤 당이든 나올 수 있음을 친허연대가 보여준 겁니다. 허씨는 분명 공신력 있는 인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야의 현 정치에 허탈해하는 국민 중 허씨를 거론하는 이들이 분명 상당수 있기에, 취재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친허연대 발기인 모집 공고에 붙은 연락처에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번호의 주인은 허경영씨를 10년 넘게 보좌해왔다는 이재상(52)씨였습니다. 그 다음은 일문일답 일부입니다.
-친허연대는 어떻게 만들게 된 건가.
"허경영 총재 지지자들의 모임이다. 허 총재의 정책 33가지를 실제 실현해 나가자는 당이다."
-현재까지 모인 사람들은 어떤 이들인가.
"20대부터 60,70대까지 다양하다. 대단한 분은 없지만 17대 대선 때부터 자원봉사 해온 사람도 많다."
-본인과 허 총재와의 인연은.
"10년 넘게 지지하고 있다. 우연히 허 총재의 '무궁화 꽃은 지지 않았다'는 책을 보고 너무 감동을 받았다. 절반도 읽지 못하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 뒤부터 직접 찾아가 모시고 있다."
-어떤 점이 그리 감동적이었나.
"이런 분도 계시구나라는 점이 감동적이었다. 정치든 뭐든 모르는 분야가 없고 10대 종교를 다 꿰뚫고 있다. 어떤 목사든, 스님이든, 허 총재 앞에서는 다 꼬랑지를 내린다. 지금 공약도 20년 전부터 내놓았는데 다들 따라가는 추세다. 모든 것에서 너무 앞서나가서 탈이다."
-공중부양을 할 수 있다는 주장 등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많이 희화화돼 있는데.
"노이즈 마케팅이지만 실제 그런 능력도 갖고 계시다. 많이 목격했다. 북한산이고 올라갈 때도 발끝만 밟아서 오르시고."
-지난달엔 허씨가 8억원에 달하는 롤스로이스 팬텀을 타고 다니다 매달 내던 보험료를 미납한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문제 없다고 보나.
"당시 문제가 불거지자 보험료는 바로 해결했다. 지금도 그 차를 쓴다. 그냥 고가의 차를 쓰는 게 아니라, 전국민이 그런 정도의 차를 탈 수 있게 하자는 뜻에서 그런 차를 타고 다니는 거다. 또 차는 안전성이 보장돼야 하고, 엔터테인먼트도 하시는데, 차도 그런 무대라고 생각한다. 그런 차를 타고 다니면 애들도 너무 좋아한다. 다른 건 굉장히 소박하다. 40년 넘게 혁띠를 차고, 런닝 펑크난 것만 갖고 계시고, 단벌신사다."
-그래도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한다.
"많은 사람들이 총재를 또라이로 취급하고, 사기꾼으로 본다. 그렇게 보는 게 답답하다. 하지만 호불호가 있는 거다."
그에게 허씨와의 직접 통화도 요청했습니다. 그는 흔쾌히 연결해주겠다고 했고 몇 시간 뒤, 허씨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기자와는 처음으로 통화하는 거였지만 허 총재는 "아 그래 백 기자, 우리 친허연대에 대해 궁금한 게 있다고?" 하면서 능숙하게 통화를 이끌었습니다. 다음은 역시 일문일답 일부입니다.
-친허연대가 만들어지는 걸 어떻게 보나.
"복권이 안돼서 친허연대에 특별히 간섭은 안한다. 하지만 내 지지자인 것은 틀림 없으니까. 내 공약이 정책노선이지. 전국적으로 지지자가 상당히 있다. 나를 대선 후보로 놓고 설문조사를 하면 다른 여야 대선 후보를 누르고 1등이 될 거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가까이하고 싶은 정치인'에 박원순, 허경영, 안철수, 문재인 순 아니었나. 난 정치인도 아닌데 그렇게 됐다."
-스스로 정치인이 아니라는 건가.
"뱃지(국회의원 지칭)는 아니잖나. 그런데 그런 사람들보다 100배도 아니고 1000배는 인기가 높다."
-본인 인기의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산업화 세력인 여당과 민주화 세력인 야당이 항상 충돌하잖나. 그런 여야 대치가 이어지니까 우리나라가 발전이 안 된다. 난 민주화, 산업화 세력 몽땅 없이, 우리나라 정치를 하려는 사람이다. 난 국민에게 정책으로 공약을 하지 여야 정치인 비판을 안하잖나. 난 정책으로 노선을 이야기하지 여당도 아니고 야당도 아니다."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갔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했습니다.
"사실 과테말라 대통령도 개그맨이잖나. 처음엔 0.5%지지를 받았는데도 결국 붙었잖나(*실제 지난 10월 당선된 지미 모랄레스 과테말라 대통령은 개그맨 출신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한 올해 4월 지지율이 0.5%에 불과했지만 '대통령이 되면 절대 국민을 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선거운동을 펼쳐 득표율 70%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허경영씨는 자신도 17대 대선에서 0.4%의 지지율을 받은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인 듯 하다). JTBC손석희 앵커가 얼마 전 방송에서 '여야 대치가 너무 심해 한국 국민 정서도 과테말라 정서와 같다. 우리나라에 허경영씨도 있다'고 한 뒤 엄청난 많은 전화가 오더라. 또 중앙일보 이철호 논설위원이 칼럼에서 '무상 결혼 공약하면 차기 대통령'이라고 했는데 바로 그걸 주장한 사람이 나다."
-현 정치인들은 어떻게 보나.
"세월호에서 보듯 살인정치를 하고 있다고 본다. 박근혜만 주범이 아니다. 법을 만드는 자들이 국회의원 아닌가. 국회의원 싹 몰아내야한다. 내가 공약하듯 국회의원을 100명으로 줄이고 무보수 명예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내년 총선 때 친허연대로 사람들을 내보내는 것도 그런 일환인가.
"그렇다. 내 정책이 만들어지려면 그래야하는데, 많은 사람이 출마할 거다. 물론 난 총선에 참여할 수는 없다. 이(런 말 하는) 게 선거법에는 안 걸리죠?"
-친허연대에서 정책 33가지를 내놓았던데 그 중 가장 중시하는 건.
"25년 전부터 결혼하면 1억, 애 낳으면 3000만원 준다고 공약해왔다. 60년대 베이비붐 세대가 있었고, 20년마다 베이비붐 세대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돼 노인이 70%가 돼 버렸다. 젊은이가 30%밖에 안되는 거다. 그런데 그 젊은이 30%가 그나마 결혼을 안한다. 인구 절벽이 되는 거다. 80년대에 내가 그런 결혼 정책을 내놓았을 때 전부 나보고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다시 베이비붐 세대가 필요하지 않나."
-인터넷에 한 때 '박 대통령 부정선거 수사' 등을 내용으로 한 '19대 대선 허경영 공약'이란 게 돌아다녔다.
"그건 내가 만든 게 아니다. 누군가 내 명의를 도용한 거다. 나는 전직 대통령 수사를 원치 않는다. 자기 나라에서 대통령한 사람의 권위를 지켜주지 않으면, 우리 나라의 권위 자체를 실추시키는 거다. 물론 내가 대통령이 되면 국가지도자 정신교육대를 만들 거다. 모든 국회의원과 장차관은 한달 간 교육 받고 나와야한다."
-이제 민주공화당 총재란 명칭은 안 쓴다고 보면 되나.
"사실 민주공화당은 내가 감옥도 갔다오고 하면서 사라졌는데, 공화당이란 이름을 박근혜 대통령 동생과 그 남편인 신동욱 총재가 가져갔잖나. 물론 신동욱 총재는 내가 당 대통령 후보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난 거기 갈 수가 없다."
-왜 그런가.
"신동욱 총재는 안중근 의사 같은 사람이다. 지혜는 없는데 열사 스타일이다. 사람은 좋은데 내가 그런 당에 나가서는 곤란하다. 공화당이라고 하면 산업화 세력이 돼 버리지 않나. 다음 대선 때 대통령 나갈 때는 친허연대로 나갈 거다. 허경영당으로 말이다. 이름은 바꿀 수도 있겠지만. 난 산업화, 민주화 세력이 아닌 젊은 사람들로 새 시대를 열려고 한다. 얼마 전 강남 무역회관 지하에 갔다가 2000명이 나를 알아보고 사진을 찍자는 통에 갇혔다. 윤상현 의원과 친한데 윤 의원과 밥 먹으러 갔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달려드는 걸 보더니 윤 의원이 놀라더라. 몇 천 명 중에 윤 의원에게는 아무도 인사를 안하고 나한테는 소리 지르고 달려드니까. 세계적으로 2억명 정도 있다. 허경영을 부르는 사람이. 내가 대통령이 되려는 건 그래야 세계 통일이 가능하지 하는 거다. 난 결국 세계 통일을 하려고 한다."
-얼마 전 고가의 차를 타고 다닌 것으로 화제가 됐다.
"이건희 타는 차와 똑같거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거다. 내가 티코 타니면 좋을 것 같지만 국민들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거다."
-2018년까지 정치 활동을 못하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책을 열 권 정도 낼 거다. 우리 정치인은 미래를 못 보지만 난 지능이 정치인들보다 1억배가 높으니 미래를 보고 있다. 제일 중요한 게 국민 대단결이다. 우리 나라 국가 소유 돈이 7경이다. 국민 한 사람이 13억씩을 내놓은 거다. 3인 가족이면 39억이다. 이 3인 가족에게 1년에 10%인 3900만원씩 입금시켜주는 거다. 그러면 한달에 300만원이다. 그게 국가 세금에 대한 국민 배당금이다. 주식회사 대한민국 아닌가. 우리는 중산층까지는 배당을 해주겠다는 거다. "
-다음 대선은 어떻게 보나. 친반연대도 만들어졌는데.
"내가 가장 무서운 다크호스다. 반기문 총장은 청개구리상이라 정치인이 되려고 하지 않을 거다. 부인 상도 청학상이다. 궐 밖에 앉으려고 한다. 반 총장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김무성, 안철수, 문재인 등은 어떻게 보나.
"김무성은 이무기상이다. 국회의장이나 될 수는 있을 거고. 안철수는 염소상이니 대통령 될 수 없고, 문재인은 소상이다. 그 사람들이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인복이 없는 거다. 난 황룡상이라 청룡의 반대다. 박정희가 청룡상 아닌가. 하늘에서 온 사람이다. 모든 사람이 명함을 내밀 수가 없다. 내가 반기문과 붙으면 국민이 이상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거다. 반기문은 노인, 수구 꼴통으로 보이지만 허경영은 다르다."
-17대 대선 때는 0.4%의 지지율밖에 못 얻지 않았나.
"실제는 0.4%가 아니다. 내 표는 모두 고무줄로 묶여 있었다. 왜 이렇게 했냐고 이의 제기한 내 지지자들 핸드폰 다 뺐겼다. 0.4%인정 안한다. 인정 안하니 나를 잡아넣었잖나."
-박근혜 대통령은 어떻게 평가하나.
"박정희, 육영수가 깨끗하니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건 잘 한 거다. 박 대통령은 테레사 수녀 같은 사람이다. 아버지 어머니가 한 걸 좋은 의미에서 이어가려는, 성녀다. 하지만 국정이나 외교는 30점 정도 주고, 국내 정치는 거의 점수를 줄 수가 없다. 사실 외교는 실리를 추구해야한다. 중국보다는 일본에 붙어야한다. 위안부 문제는 없는 걸로 해야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8억 불을 받고 마무리한 건데, 다시 거론하는 건 예의에 벗어나는 거다. 절대 일본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야한다. 그래야 우리 경제가 산다. 일본과 대치하는 것, 계속 꼬투리 잡는 것 때문에 외교가 30점 밖에 안된다."
허경영씨와 통화하는 동안 허씨의 전화로 끊임없이 전화가 걸려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허씨는 "사실 요새도 하루에 전화가 만통 온다. 대통령 나오라는 거다. 또 정책에 찬성한다는 얘기를 한다. 하루에 200명은 자살하겠다는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을 살려놓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말 그의 말대로 하루에 만 통이나 될 지는 의문이었지만, 하루에 많은 전화를 받는 편이라는 건 사실인 듯 했습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아까 정치인이 아니라고 했는데, 정말 정치인이 아닌가. 어떻게 불렸으면 하나." 그러자 이런 말이 돌아왔습니다. "본좌 허경영 총재"라고 해달라. 그러면 된다."
그와 상당한 시간 통화했지만 여전히 그가 어떤 인물이라고 쉽게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보고 '그런 이상한 인물에 대해 이렇게 긴 글을 썼나' 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전 친허연대와 그가 내놓은 33개 정책(아래 표 참조)을 보고 한 가지는 분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현 정치권이 국민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허경영의 황당한 공약은 생각보다 끈질기게 생명력을 가질 거라는 점 말입니다. #친반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