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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모 8.9의 역사상 최고의 진진과 쓰나미 급습

은빛사연 2011. 3. 11. 18:38

곳곳에 불길과 바닷물... 초토화한 일본 도호쿠

조선일보 | 장상진 기자 | 입력 2011.03.11 17:56 | 수정 2011.03.11 18:11

 

11일 오후 2시46분, 규모 8.9의 초대형 지진과 뒤이은 쓰나미(지진해일)의 급습을 받은 일본 도호쿠(東北) 일대는 내륙 깊숙한 곳까지 밀려든 바닷물과 건물 곳곳에서 솟아오르는 화염과 연기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대피령이 채 전달되기도 전에 최대 높이 10m의 거대한 쓰나미가 밀어닥친 미야기현 센다이 지역에서는 파도가 해안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내륙의 논과 밭, 주택 등을 휩쓸었다. 마치 영화 '해운대'의 한 장면처럼 파도는 선박과 차량, 건물 잔해 등과 집어삼키며 순식간에 육지로 밀려들어갔다.

대부분의 주택이 파도에 휩쓸리거나 물에 잠겼고, 물에 잠기지 않은 고층 건물 가운데 일부에서는 화재가 발생했다.

오후 5시쯤엔 규모 6.1의 여진(餘震)도 발생했으며, 전문가들은 앞으로 규모 7을 상회하는 여진 발생도 우려하고 있다.

일본 현지 방송에는 아래층이 바닷물에 완전히 잠긴 해안 주택에 고립된 주민들이 건물 위쪽과 옥상 등으로 올라와 흰색 이불과 수건 등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하는 장면이 생중계됐다. 지역 상황실에도 바닷물에 휩쓸리거나 고립된 사람들의 구조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건물 붕괴와 함께 잔해에 매몰된 주민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센다이공항은 활주로까지 모두 바닷물에 잠겼다.

현지엔 구조작업을 위해 자위대가 급파됐으며 군용기도 긴급 배치됐다.

지바현 이치하라 지역의 한 정유시설에서는 대형 화재가 발생, 정유 시설 위로 시뻘건 화염과 시커먼 연기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후쿠시마현의 원전 2기는 지진으로 자동 중단됐다.

도쿄와 도호쿠 지역을 연결하는 신칸센 대부분의 운행이 중단됐으며, 고속도로도 파괴됐다. 도쿄 시내 전철도 잠시 운행이 중단됐다.

진원지로부터 약 380km 떨어진 수도 도쿄도 지진 여파로 시내 곳곳에서 연기가 솟아올랐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24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도쿄와 주변 지역에서만 400만 가구가 정전, 통신 두절 등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휴대전화는 통화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일본 당국은 이번 통화 불통이 친지의 안부 등을 묻는 통화가 일시에 몰리면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 TV를 통해 긴급 환자를 위해 불필요한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하는 한편 시내 전역의 공중전화를 무료로 개방했다.

도쿄 시내에서는 지진이 발생한 순간, 실내의 집기가 쓰러지고 떨어졌다. 도심 거리에는 건물 붕괴를 피해 빠져나온 시민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서성였다. 특히 히비야 공원 등 도쿄 시내 공원과 거리에는 인근 고층 빌딩에서 빠져나온 시민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모여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도심인 치요다구에서는 일부 건물의 천장이 무너져 내리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체육관 건물 자체가 완전히 무너지면서 26명이 숨지거나 부상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학생 600명이 모여 졸업식을 열던 한 학교에서는 홀 천장이 붕괴하면서 많은 학생이 다쳤다. 현장에서는 출동한 소방관들이 쓰러진 학생에게 심장 마사지를 하는 긴박한 상황도 목격돼 사망자가 발생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오오다이바 등 시내 곳곳에서 건물 화재도 관측되고 있다. 도쿄 동남쪽 지바현에 자리 잡은 디즈니랜드는 물에 잠겼다. 나리타 공항은 1개 활주로를 제외하고는 모두 운영을 중단했다. 하네다 공항은 지진 직후 활주로를 폐쇄했다가 한 시간 여 만에 운항을 일부 재개했다.

지진 발생 당시 도쿄의 일본 의회 모습을 담은 영상에서는 의원들이 건물 흔들림에 당황하며 천장의 샹들리에가 떨어질까 봐 위를 보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전 각료에게 총리 관저로 집합하라고 지시했고, NHK는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지진 재해 방송을 진행 중이다.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들은 스튜디오에서 건물 붕괴에 대비해 안전모를 쓴 모습이었다.

인명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오후 5시 현재 미야기현에서 2명이 숨졌고, 센다이 카미이시에서는 쓰나미로 2명이 숨진 것이 확인됐다. 토치키현에서 도 여성 1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상황 집계가 본격화하면 사망자 수는 급속도로 불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이밖에 센다이에서는 산사태로 200여명이 고립됐고, 후쿠시마현에서는 산사태로 8명이 실종됐다. 또 미야기현의 한 쇼핑센터에서는 100여명이 고립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