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숲길에서 그리운 사람을 만났다....
문촌 윤덕규
열일곱 고운 소녀의 얼굴이
발그레 물들고 수줍음에 고개 떨군다
소녀는 떨리는 마음을
꽃가마 속에서 내다보이는
봉선사천 냇물에 흘려보내려 애써보지만
가마꾼의 손끝으로 전해오는 떨림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나뭇잎 사이로 비친 영롱한 햇살이
고운 물결에 반사되고
새색시의 눈가엔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방울 맺힌다.
어린 소년의 손을 잡은 아낙은 발걸음을 재촉한다
소년은 난생 처음 보는 아름드리나무들이 신기하여
엄마의 바쁜 마음은 안중에도 없고
머릿속은 온통 장난칠 생각으로 가득하다
엄마, 힘들어 여기서 쉬었다가 가자!
엄마, 저기 개울에 들어가서 조금만 놀다가면 안 될까?
엄마, 나 목말라 물 마시고 싶어!
엄마는 해 떨어지면 호랑이 나타난다며
아이의 손을 잡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직굴은 언제나 풍성하고
직굴 사람들은 푸근하고 다정했다
40년이 지난 오늘 난 다시 광릉숲길을 걷는다
이곳을 걸을 때면 나는 언제나 어머니의 숨결,
어머니의 체취를 느낀다
오래전 어머니가 바라보던 봉선사천 냇물은
지금도 변함없이 흐르는데....
오늘은 내 눈가에 그리움의 눈물방울 맺힌다.
'나의흔적 > 차한잔의여유를느끼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이먼 아리랑(Simon Arirang) (0) | 2011.10.25 |
---|---|
불륜의 역사 (0) | 2011.10.25 |
난, 벌거벗고 산다 (0) | 2011.05.07 |
그림자 (0) | 2011.05.07 |
믿음 (0) | 2011.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