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장 이수호입니다.
파평윤씨는 고려와 조선시대에 거쳐 수많은 위인과 왕비들을 배출하였고 근대에도 윤봉길의사와 시인 윤동주를 배출한 대표적인 명문가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파주지역에는 시조인 태사공(太師公)께서 말을 타고 달리면서 무예를 닦던 치마대(馳馬臺)를 비롯하여 고려시대 문숙공(文肅公) 윤관 장군의 상서대(尙書臺)가 있는 곳입니다. 그 중에서도 저희 파평면에는 파평윤씨의 시조인 고려의 개국공신 太師公 윤신달의 탄생설화가 있는 용연(龍淵)이 지역의 상징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저희 면에 소재하고 있는 용연(龍淵)은 향토유적 제10호로 지정되어 해마다 많은 사람들과 인근 학교의 학생들이 소풍 길에 들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용연은 파평면민들의 소중한 문화유산이고 먼 곳에 나가 있어도 언제나 마음속의 시야에서 머물렀던 정겨운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1000년이 넘도록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활약했던 파평윤씨의 뿌리이자 혼이 서려있는 그 시작점이 바로 이곳, 용연(龍淵)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이곳을 최근에 너무나 방치해 두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친애하는 파평윤씨 여러분! 혹시 최근 이곳을 들러보신 적 있으신지요?
지금 용연의 모습은 성지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이 듭니다. 몇 해 전, 파평윤씨 대종회에서 연못을 정비했다고 합니다. 그 당시, 관리사(管理舍)를 지었는데 조립식 판넬로 집을 짓고 그 안에 사람이 살면서 탄생 못 앞마당에는 고추를 심어놓고 텃밭으로 가꾸는 것으로도 모자라 온갖 잡초를 무성하게 길러 놓았습니다. 성스러워야할 성지(聖地)에 흙으로 담을 쌓고 고택(古宅)과 장독대를 두지는 못할망정 조립식 건물에 잡초가 무성한 텃밭이라니 정말이지 너무도 안타깝고 남들에게 내놓기 부끄럽습니다.
지난겨울 지역의 독지가가 배나무를 기증한다고 하여 파평윤씨 대종회 관계자분들과 자리를 함께 한 적이 있습니다. 탄생 못 앞마당에 과일나무를 정원수로 심어 정원으로 가꾸는데 3천만원 정도면 가능하다고 하니 정비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의사를 물었더니 대종회는 여력이 없으니 기증받은 나무나 한켠에 심어달라고 하셨습니다. 저를 비롯한 면사무소 직원들이 정성껏 나무를 심고 가꾸어 올봄엔 활짝 꽃이 피었지만 주변의 모습을 보니 더욱 마음이 아팠습니다. 우선 주변경관과 성지에 어울리지 않는 관리사(管理舍)를 초가집이나 기와집으로 바꾸고 무성의하게 식재한 나무와 고추밭을 정비하여야 합니다. 최소한의 외관상 성지 모습을 갖추려면 말입니다.
약 100만명에 가까운 파평윤씨 여러분들에게 시조의 탄생 못이 이렇게 무질서하게 방치되어 있다면, 그것은 분명 격(格)에 안 맞는 일이지 않을까요?
저희 파평면은 파주시 37만 인구 중 4,637명에 불과한 가장 작은 시골마을입니다. 하지만, 전국 면단위에서는 처음으로 「행복한 Slow 파평」이라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볼거리 즐길거리를 개발하여 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게 만들려는 개발 프로젝트로서 그 중 하나가 파평윤씨 시조의 탄생 못인 용연(龍淵)을 정비하여 파평윤씨 후손들에게 성지다운 성지의 모습으로 용연(龍淵)을 바꾸어 놓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희 파평면과 파평윤씨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하고 특히 파평윤씨 여러분의 무한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구제역이 전국을 휩쓴 올 겨울, 용연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용연에 찾아와 조상님의 탄생설화에 대해 들려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떤 날엔 용연에 제상을 차려놓고 무언가를 간절히 소망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아마도 그때가 입시철이라 자녀가 좋은 대학에 합격하기를 소망하는 것이었나 봅니다. 이렇듯 용연(龍淵)은 파평윤씨 여러분의 훌륭하고 위대한 소산이며 조상들의 정기가 서리를 틀고 있는 성(聖)스러운 성지입니다.
때 이른 장마가 찾아와 농부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습니다. 최근엔 무더운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족시인(詩人) 윤동주의 ‘또 다른 고향’의 마지막 대목이 잠시 떠오릅니다. “가자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白骨)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유난히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주요 모티프로 다루었던 윤동주, 이제 그의 후손들이 파평면에 위치한 그들의 뿌리 용연(龍淵)을 찾았을 때, 저 시(詩)의 글귀가 잘 어울릴 수 있는 성지로 용연(龍淵)을 돌려놓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끝으로 파평윤씨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드립니다.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장 이 수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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