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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는 기차 / 한만수

은빛사연 2012. 11. 10. 00:31



      바다로 가는 기차
                           한 작가
막다른 골목 안에 있는 순댓국집 
사람들은 순댓국 반찬으로 소주를 마신다 
삼십촉 알전등이 취기에 젖는다 
깨진 유리창 안으로 들어선 바람이 
창자 안에 들어가 있는 창자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 
사람들은 맥없이 웃는다, 그저 
빈 술잔 안으로 보이는 세상은 
늘 겨울이다, 더운 바람이 불어도 추운 나라다 
돼지가 살찌고 살찐 돼지가 죽어야 
토끼들도 푸른 풀을 먹을 수 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술잔에 구겨 담고 있는 
사람들은 유리창 밖으로 달려가는 바람을 본다 
바람을 타고 달려가는 검은색 비닐봉지, 그 안에 
어린 누이에게 끓여 줄 라면이 담겨져 있었을지도 모르는 
아주 뜨거운 이야기를 간직할 가슴이 없어서 
사람들의 졸린 눈동자에는 붉은 거미줄이 쳐져 있다 
이 밤이 가기 전에 알전등은 초라한 수면을 취할 것이다 
사람들은 하나 둘 거리로 나설 것이다 
비틀거리는 시간과 어깨동무를 하고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며 슬픈 유행가를 부를 것이다 
혹은 전신주를 끌어안고 
별이 보이지 않는 하늘에 편지를 쓸 것이다 
고향의 느티나무를 스쳐간, 바람은
육지의 끝이라고 해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어제도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