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서
김 의중
하늘의 청명함이
깊고도 높습니다.
가는 여름이 서러워
쓰르라미의 울음소리가 자지러집니다.
고개 숙인 이삭들이
가고 오는 계절을 경건하게 묵상 하는데
들녘에 서 있는 허수아비는
무슨 생각으로 하루를 지냈을까요.
길가의 코스모스는
고추잠자리 쳐다보며 하늘거립니다.
시간을 살피며 살랑대는 바람결에
과일은 제 맛을 내며 익어갑니다.
누군가의 땀방울이
순박한 정성으로 녹아있는 대지엔
성숙한 영혼들이
하늘의 뜻을 헤아리고 있습니다.
한 해로 끝나는 생(生)
한 해가 끝이 아닌 삶
엉클어진 어떠한 인연이라도
사랑의 줄만은 놓아서는 안 됩니다.
이제 기도 하소서
가을이 성큼 다가서면
애잔한 나뭇잎의 떨림조차
그대 가슴에 그리움을 부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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