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당시 왜적과 싸우다
전사한 부산의 인물로 송상현과 정발, 그리고 윤흥신을 꼽을 수 있다.
동래부사 송상현과 부산진첨절제사 정발은 잘 알려져 있지만 다대첨사 윤흥신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임진왜란
다대성전투에서 전사한 다대첨사 윤흥신의 일대기가 한 향토사학자의 수십 년간에 걸친 연구로 책으로 나오게 됐다.
화제의 책은 다대문화연구회 한
건 회장의 ‘다대포 역사 이야기’. 최고 권력자의 집안에서 태어나 세상 풍파를 겪다 53세의 일기로 임진왜란 때 전사하기까지 윤흥신의 일대기,
그리고 그의 충절을 기리는 윤공단을 세우기 위해 조엄 조진관 조인영으로 이어지는 풍양 조씨 3대가 겪은 이야기를 합해 300여 년의 역사를 담고
있다.
윤흥신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다. 중종 35년(서기 1540년) 조선 최고 권력자 윤임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을사사화로 멸문지화를 당하고 겨우 목숨만 부지해 관노로
전락한다.
이후 선조 때 신원복관 되면서
종살이에서 벗어나 진천현감을 맡지만 글을 잘 모르는 탓에 파직 당한다. 평생을 아버지 윤임으로 인해 풍파를 겪다 다대첨사직을 맡아 임진왜란 때
다대성전투에서 한 많은 일생을 마감한다.
윤흥신의 일생도 흥미진진하지만
윤공단과 순절비 건립을 위해 노력한 풍양 조 씨 3대의 이야기는 더 재미있다. 조엄이 윤흥신의 공적을 발굴하고 그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윤공단을
만들지만 권력다툼 속에 허물어지고, 아들 조진관을 거쳐 손자 조인영에 이르러서야 윤공단과 순절비가 건립된다.
84년이 걸린 이 이야기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지만 역사 속에 사장되어 가는 인물을 대를 이어가며 기억하려는 한 가문의 노력이 쉽게 잊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
충열사지, 징비록, 난중일기 등 각종 문헌에 대한 저자의 수십 년 연구 결과를 집대성 했으며 임진왜란 개전일, 우리나라 최초의 민권운동가
한광국, 충장공 정운 장군 등 다대포와 관련된 사건과 사람을 재조명하고 사라졌거나 잊혀진 다대포 경치를 담아 역사적 자료로도 손색이
없다.
저자 한 건 회장의 이력은
남다르다. 부산대 상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무역업에 종사하다가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윤흥신 첨사와 정운 장군의 향사
집례를 시작했다. 이후 다대문화연구회를 만들어 다대지역 역사와 전통문화 연구에 남은 인생을 바치고 있다.
칠순을 넘긴 그는 다대포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역사 속에 묻혀져 가는 것이 안타까워 자비를 들여 ‘다대포 역사 이야기’ 1천500권을 비매품으로 제작해 사하구청에 500권을
기증하고 초․중․고교, 대학교, 공공도서관에 무상으로 배부하고 있다.
저자와 그의 부친의 삶은
가문과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3대에 걸쳐 윤공단 건립에 노력을 기울인 풍양 조 씨 3대의 이야기와 닮아있어 주목할 만하다.
한 회장은 “귀중한 역사적
자료가 사장되기까지의 경과를 알아보고 이를 바로잡아 제사라도 똑바로 지내야한다는 생각에 책을 펴내게 됐다”며 “역사 속에서 이름만 알뿐 제대로
접하기 어려웠던 인물들을 책 속에서 만나고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울경뉴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