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흔적/조용한밤에....

10월을 보내며.....

은빛사연 2009. 11. 2. 14:56

10월 마지막 날, 비 / 문촌 윤덕규

                                  

 몇 일전 화요일 아침 출근길,

초등학교 2학년 셋째 녀석이 "아빠 우리 오늘부터 토요일까지 학교 안 간다."

- 왜? /

"있잖아 우리 반에 어떤 애가 감기 걸렸는데 병원에 갔더니 폐렴인가? 아무튼 그런 거래"

"또, 어디학교에서 한명이 신종플루에 걸려서 죽었대, 그래서 교장선생님이 학교장 자율로 이번 주는 학교에 오지말래"

 대강 요즘 분위기와 관내 초등학교 여학생 한명이 신종플루로인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터라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이유를 알고 물어본 말에 녀석은 내게 또박또박 이유를 설명한다.

- 알았어,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서 정리정돈하고 공부 잘 하고 있어.

 집사람도 나도 일터로 나가면서 혼자 집에 있을 녀석에게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기에 의례적인 말을 건네고 집을 나왔다.

 

 지난 8월말 여름의 막바지에 온 나라를 초 비상으로 만들었던 '신종플루', 그동안 약간은 잠잠하고 별다른 사고 소식도 없더니 10월이 막바지로 다다르는 지난주 부터 세계 톱뉴스로 미국의 실황이 보도되고 국내에서도 감염자가 급격히 증가되는 추세에 있는가 보다. 그러더니 마침내 신종플루로 인한 국내 사망자가 40명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오고, 정부에서도 이와관련 국가전염병 재난단계를 최고단계인 '심각(Red)'단계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 하니 사태의 심각성이 만만치 않은것 같다.

 이미 몇 달 전부터 환절기인 10월에서 11월이 가장 위험할거란 예고는 있언던 터였지만 막상 그러한 상황의 전개과정에 들어서고 보니 건강한 사람이 독감에 걸리면 몇 일 정도 앓고나면 툭툭 털고 일어나듯 별거 아닐거란 생각에 오류가 있음이 분명하다.

 

 인류는 그동안 새로운 질병과의 끝없는 싸움에서 상당한 피해를 겪으면서도 새로운 백신개발로 항상 질병을 이겨오곤했다.

이번의 경우도 상당히 빠르게 '타미플루'라는 백신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지만 인류의 불안감에 비하면 턱없이 느리고 그 수량도 부족하여 접종과 관련한 갖가지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일부의 사람들은 이런 사안을 지구종말이나 종교적 이슈로 확대해석하여 해석하기도 하는것 같다.

 나는 비교적 이러한 일에는 의연하게, 어찌보면 둔감하게, 나쁘게 생각하면 매우 안이하게 대처하는 스타일 이지만, 학교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을 넷이나 둔 나로서도 이번일은 다른때와는 다르게 신경이 쓰이는것이 사실이다. 

 

 10월이 끝나는 마지막 날에 비가 내렸다.

 가을비가 얼마나 오겠나 싶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제법 많은 비가 계절의 변화를 다시 한 번 재촉하고 주지시키는 것 같았다.

비가 내리기전 우연히 바라본 창밖의 나무들은 없는 듯 작은 바람에도 맥없이 달고 있던 잎새들을 떨구었고, 옆을 지나는 작은 새의 날개 짓에도 책임 없이 우수수 잎새들을 놓아버렸다. 어찌 보면 바람이나 새의 날개 짓을 핑계삼아 스스로 모든 잎새들을 내치는것 같았다.

 눈처럼 날리는 낙엽을보며 잠시 자연의 섭리를 생각해 보았다. 무심해 보이는 나무들도 자연의 섭리에 따라 이제 일막의 연극을 끝내고 잠시 쉬었다 새로운 극을 선 보이기 위해 새로운 모습을 갖추려고 두터운 분장을 지우는 것은 아닐까?

 인류를 불안에 떨게 하는 신종플루도 자연의 섭리가 만들어낸 필요에 의한 무언가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등장 체는 아닐까?

하지만 가을비와 함께 10월과 함께, 인류의 대 역적 신종플루는 조용히 지구를 떠났으면 좋겠다는 다분히 인간중심적인 생각을 하면서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이천구년의 10월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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