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름은
흔적 없는 분주함만 남았는데
떠난 여름은
그래도 들녘에 풍성함을 남기고 떠났다
기분좋은 바람을 가르며 중원으로 가는길
난 바람같은 질주 속에서도
문득 길가에 흐드러진
햇살 받아 은빛 영롱한 갈대의 손짓에 넋을 잃고 말았다
멈추어야만 했다
아니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멈추지 말아야 하는 규정 따윈
내가 생각할 바 아니다
어느새 내 손에는
내 간절한 마음이 한 움쿰 잡혀 있고
갈대보다 더 영롱한 그의 모습이 가슴가득 안겨있다
분주함만 남아있던 나의 여름도
너로인해 가을 걷이로 이마에 송송 땀 방울 맺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