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난,
이대로 밤을 지새울 것이다
지금 나를 감싸고 도는
이 많은 생각들을
내 작은 머리로 정리하지 못할 것을 알기에
감히 이 밤을
떠나 보낼 수가 없다
아니, 자고 나면 나를 떠날 이 상념을
놓지 않으려는 집착일지 모르겠다
찬 바람이 몰고 온
이 버거운 바이러스에
난 여지없이 감염되고 말았잖는가
내가 피할 수 없는
어쩜 내가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를 열병이다
고단함에 눈이 무거워져도
머릿속은 잠을 허용치 않는다
약속된 오늘의 일도 풀어야 할 내일의 일들도
이 열병 앞엔 속수무책
아! 잔인한 가을이여
면역력 없는
이 황량하고 나약한 가슴을
왜 자꾸 흔드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