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빈자리를 찾아 누웠나 싶었는데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에 눈을 뜨니 벌써 둘째 날 아침이 밝아 있었다.
여자분들은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계셨고, 우리가 전날 기상악화로 들어가지 못했던 옹진 신도의 은혜팬션
사장님이신 최혜정 시인께서는 아침 일찍 첫 배를 이용해 우리가 머무는 별빛 팬션을 찾아오셨다.
멀리 제주에서 보내주신 감귤 한 상자를 잊지 않고 챙겨오신 최혜정 시인님도 어제의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섬에 들어가지 못하는 우리들 만큼이나 안타까운 마음이 컸던 것이리라.
밤새도록 나눈 이야기로도 모자랐는지 아침부터 우리들의 이야기꽃은 다시 피어났고,
어제저녁에 화이어 캠프와 곁들이려 했던 삼겹살 구이로 아침 식사 시간은 길어졌다.
그 사이 백일장 제출 마감 시간이 임박해지자 모두들 나름의 시제로 시를 마무리하여 제출하기 위해 이방
저 방에서 각자의 스타일 대로 어떤 분은 방바닥에 배를 깔고, 어떤 분은 안은 채 무릎 위에 올려놓고, 또
어떤 분은 책상에 얌전히 앉아 원고를 마무리 하기해 분주했다.
수상과는 별개로 열심히 하는 모습은 그 모습 자체로 아름답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쓰는 사람 못지않게 한쪽 방에 모여 심사하는 심사위원들 또한 신중하고 엄격하게 심사하느라 고심을 다하는 모습이 진지했다.
이어 무기명 원고 제출과 비공개 심사로 공정을 기하기로 한 이번 백일장 결과가 발표되었다.
두~구~ 두~구 두~구.....,
발표에 앞선 심사평에서 두 분 심사위원께서는 이번 백일장에 장원을 뽑지 못했음을 고지했다.
대신 장원을 제외한 차상 발표,
3월, 서정문학 세미나에서라는 부제로 응모한 작품 제목이 발표되었고,
수상자는 윤송석 발행인님, 역시 탄탄한 저력을 갖추신 분이다.
나 역시도
'3월, 너 이기에 용서한다.'라는 부제를 달았었기에 수상작이 발표되는 순간 살짝 긴장했었다는....ㅋ
하지만 이어 발표한 차하 등위에 나도 당선되었으니 퍽 다행이다.
그렇게 이번 백일장에서는 발행인님과 나, 김희 시인, 서수옥 낭송가 등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아쉬운 작품에도 수상의 기회를 주기위해 얼마전 출판한 윤송석 발행인님의 소설 '난자의 반란'을 상품으로
시상하는 것으로 백일장의 막을 내리고, 주변 정리와 짐을 챙겨 이번 행사의 대미를 장식하기로 했다.
1박 2일 간의 행사를 마치고,
섬에 들어가지 못했던 아쉬움이 끝까지 우리의 마음과 발길을 잡아 팬션을 나와 마지막으로 나오는 길에는
성영희 시인님의 안내로 선녀바위를 들러 바다구경과 단체 사진을 찍기로했다.
어제 보다는 덜 했지만 여전히 이틀 전에 비해 춥고 바람부는 날씨라 바닷가에 오래 머물기가 어려웠지만
아쉬운 마음에 하나라도 추억을 더 남기기 위해 몸을 움추린 가운데서도 표정 만큼은 모두들 너무도 즐겁고
유쾌했다.
작년, 서정에는 지금의 바람처럼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불었었지만 모두들 옷깃을 여미고 잘 견디어 왔다.
긴 세월 폭풍우에 잘 견디며 우뚝 자리를 지키고 선 선녀바위처럼 우리 서정인들도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든든히 서정인으로의 도리를 다하며 자리를 지켜 가리라 기대하면서 조개들이 제 몸을 부숴 켜켜이 만들어
놓은 선녀바위 백사장에서 우리는 다음 만날때 까지의 짧은 작별을 고했다.
서정 화이팅! 서정인들 화이팅!
2013년 봄 세미나를 마치며
문촌.. 윤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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