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흔적/조용한밤에....

겨울나기

은빛사연 2013. 12. 26. 20:41

겨울나기

                             문촌. 윤덕규

 

가난한 시골 겨울나기는

반은 참음이고 반은 체념이다

 

타는 듯 마는 듯

연탄구멍은 겨우 여는 시늉만 하고

구들장 데우는 건

저녁밥 지을 때 검불 몇 개 태운 게 다다

 

밤새 코끝이 시리도록 웃풍과 동침하고

대문 밖 화장실 가기 싫어

오줌보가 터지도록 여명을 기다린다

그사이 맹렬한 한파가 오는 날이면

아랫목 대접에 받아놓은 물마저 꽁꽁 얼어붙는다

 

검은 무명 이불에 흰 홑청

턱 끝이 따가운 건

풀 먹인 홑청 때문만은 아니다

그나마 온기 나눌 식구가 많아

서로 체온에 의지하니

그만해도 행복에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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