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기
문촌. 윤덕규
가난한 시골 겨울나기는
반은 참음이고 반은 체념이다
타는 듯 마는 듯
연탄구멍은 겨우 여는 시늉만 하고
구들장 데우는 건
저녁밥 지을 때 검불 몇 개 태운 게 다다
밤새 코끝이 시리도록 웃풍과 동침하고
대문 밖 화장실 가기 싫어
오줌보가 터지도록 여명을 기다린다
그사이 맹렬한 한파가 오는 날이면
아랫목 대접에 받아놓은 물마저 꽁꽁 얼어붙는다
검은 무명 이불에 흰 홑청
턱 끝이 따가운 건
풀 먹인 홑청 때문만은 아니다
그나마 온기 나눌 식구가 많아
서로 체온에 의지하니
그만해도 행복에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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